증언하는 시민비평

이민희, <minifather>, 2012년, 9분

<minifather>를 보며, 나는 ‘인연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내가 처음 2012년 DMZ 청소년 다큐멘터리 워크숍의 2박 3일 캠프 일정에서 피드백을 주었던 영화였다. 당시 이민희 감독은 본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었다. 그때와 지금과 나는 이민희 감독의 영화를 보며, ‘10대 여성이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 생소했고, 또 먹먹했다. 이상하게도, 10대 여성 영화의 주제로 ‘아버지’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나 역시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반대로, 아버지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영화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은 있다.) 나는 2012년에도 그리고 2020년에도 이 영화를 보며 나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이 영화를 아주 단순하게 ‘아버지의 금연일기’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금연을 하는 아버지를 보며, 그동안 감독이 바라보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굉장히 표면적인일상 안에 가려진 아버지의 삶을 진득하게 바라보고, 위로하는 감독의 카메라가 무척 따뜻한 영화다. (명소희 전문위원)

박채원, <조기교육>, 2012년, 1분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 사거리를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그 뒤로 질문이 잘린 듯한 어린이들의 인터뷰 장면들이 이어진다. 삭제된 질문은 아마 '조기교육을 받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린이들은 '대학 잘 가라고 , '실력을 키우려고' 등 어른들이 자신에게 이야기해줬을 법한 답변들을 읊는다. 영화는 이후 과외 비용, 학부모가 학원에 거는 기대 장면 등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교육의 이미지들을 나열하고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의 본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 가기 싫어요'를 끌어낸다. 과열된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 및 자식의 진로를 일찌감치 결정하고 이에 맞춰 자녀를 교육하려 드는 어른 등의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청소년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의 결과물인 만큼, 진로를 결정할 나이였을 감독이 느낀 사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내려 한 걸까 싶은데, 이를 어린이의 입을 빌려 너무 쉽게 끌어낸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김성은 시민위원)

고다원, <Teenager>, 2012년, 6분

모든 인간들은 아동기에서 노년기까지 차례대로 생애주기를 밟아나간다. 모든 기성세대들은 청소년기를 경험했으며 청소년들도 미래에는 기성세대가 된다. 그러나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끊임없이 세대갈등을 생산한다. <Teenager>는 청소년들의 연애를 중심으로 세대갈등 문제를 풀어낸다. 영화 속 부모 세대는 청소년들이 연애로 인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점을 알고 있기에 부모님에게 연애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감독의 부모님 인터뷰에서 도출된다. 영화의 첫 장면, 감독의 부모님은 자신들이 청소년 시기에 경험했던 이성교제를 회고하며 즐거워한다. 이들 말로는 당시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이성교제가 개방되어 단체미팅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의 끝에선 이들이 요즘 청소년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 세대의 변화는 진보, 후배 세대의 변화는 타락이라 보는 관점은 인류의 모든 세대에 존재해왔다. 기원전 425년경,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되풀이되는 세대 갈등과 각자의 후배세대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장병준 기획위원)

박소연, 이동혁, 김동민, <하이 드림>, 2012년, 13분

오해와 편견, 선입견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걸까? 어떤 상황, 당사자의 입장조차 잘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오만함에서 오는 건 아닐까? <하이 드림>은 예술고등학교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들과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의 목소리들이 담긴 작품이다. 서로 처해진 상황이 다를 뿐 저마다의 고민과 애로점은 다 있기 마련이다. 무릇 나 자신만 힘들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패거리 짓고 나와 상황이 다른 이들에게는 다른 시선과 그릇된 생각을 갖는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고등학교 청소년들이 겪는 학업과 전공과목을 병행하는 어려움 속에서 여러 힘든 상황, 여러 고통스러움 들을 자신의 꿈을 위해 견뎌내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전문계 고등학교 재학생, 학교에 재학 중은 아니지만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구절이 떠오른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말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김기봉 기획위원)

이예슬, <있어야 하나>, 2013년, 6분

‘있어야 하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제목부터 날 생각하게 만든다. ‘있어야 하나? 뭐가 있어야 하지? 없어도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조용한 독백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꿈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친구들과 꿈이 없다면 시간 낭비라는 선생님의 목소리. 과연 꿈의 유무가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묻는 독백과 이어지는 인터뷰. ‘꿈이 없다’라고 대답한 친구들의 생각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직업들이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과연 그 사람들은 그 직업이 꿈이었을까? 어떠한 직업을 갖는 것만이 꿈일까? 꿈을 가지란 말은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 (이태희 시민위원)

정혜인, <바람>, 2013년, 14분

영화는 ‘착한 아이 증후군’을 극복한 감독의 친구를 인터뷰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틀에 자신을 얽매고 살았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받아들이면서 억압에서 해방된다. 주로 얘기를 듣는 위주였던 첫 번째 인터뷰 이후, 감독은 또 다른 친구들과 부모님을 인터뷰한다. 아니 인터뷰라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은 주위 사람들의 애정으로 이를 극복 중인데, 아직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듯하다. 면담자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마음을 다잡고, 그들이 자신을 계속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본심을 수시로 내비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함이다. 감독은 아직 본인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인터뷰들을 통해 불안을 조금씩 걷어낸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성향상 영화 제목도 허투루 지었을 것 같지 않다. 주위 사람들의 사소한 반응에도 갈팡질팡 흔들리고 고민하는 자신의 상황을 '바람'으로 표현했을 상처를 극복한 자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했을 수도 있고, 두 의미 다일 수도 있겠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살펴보는 방법으로 자전적 다큐멘터리가 의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사려 깊은 영화였다. (김성은 시민위원)

김가현, <17일의 귤가게>, 2013년, 6분

시험과 수행에 지쳤던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다양한 일을 하지만, 특별한 일을 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귤을 가지러 가는 아이를 따라가 본다. 교복을 입은 친구가 귤 한 상자를 들고 이동한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의 소득격차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직접 설립하여 직거래를 통해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귤 상자를 들고 이동하면서 조금씩 쉬어가면서 이동하며 리어카나 남성 직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열심히 일을 한다면 돈을 잘 벌 줄 알았는데, 쓰기만 한다면 하루 만에도 다 쓸 수 있는 돈을 벌려고 너무 힘들게 일을 한다고. 선생님의 영상을 참고하여 소비와 지출에 관련하여 좋은 모범이 되는 모습이라는 것을 강조, 청소년들도 소비와 지출에 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말한다. (김한송 시민위원)

엄혜진,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2013년, 12분

이 영화는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진로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반을 하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했던 방송반을 고등학교를 들어가는 시점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신과 같은 친구들에게 물어본 꿈을 꾸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배우, 수의사, 사회복지사, 영어선생님, 일러스트레이터, 정하지 못한 아이 다양한 꿈을 갖거나 꿈을 갖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꿈을 위해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까지 함께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놀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꿈이 없을 것 같은 친구도 꿈이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선생님에게도 어릴 때부터 한 방송반 일이 내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꾸준히 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상담해보았다. 선생님은 그 직업과 진로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관련하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신다. 또한 진지하게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점을 제시해 준다. 진로는 일생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지 직업이 진로와 같은 것은 아니다. (김한송 시민위원)

송다현, <별을 보는 몽상가>, 2013년, 8분

<별을 보는 몽상가>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영화적인 이미지에 집중한다. 학교, 사람, 행성, 하늘, 별, 빛. 감독은 앞서 나열한 것들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시한다. 대입을 앞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이 치열한 하루를 살아간다. 감독은 별빛을 제외한 다른 도시의 빛을 가려 하나의 별빛만 바라본다. 그리고 우주의 밤에 둘러싸여 자신이 우주의 한 부분이며 상당히 작은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때 감독은 카메라 앞을 손으로 가려 하나의 불빛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지워낸다. 또 수많은 별들이 놓인 하늘의 이미지를 감독의 뒷모습과 겹치게 하여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토록 넓은 우주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어쩌면 몽상이 아니라 현실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먼 미래를 꿈꾸는 것이 철없는 낭만이 되어버린 현실을 경계한다. 많은 다른 청소년들이 작품에 녹여낸 ‘꿈’이란 소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해낸 것이 인상적이다. (장병준 기획위원)

박지유, <D-Day>, 2014년, 4분

쳇바퀴 돌 듯 지겹게 반복되는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삶. 그들은 꿈을 찾지 못하고 대학 입시만을 위한 공부에 지친 상태다. 사실 나는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일반고가 아닌 특성화고에서 대입을 준비했었다. 특성화고에 진학했던 이유는 감독이 일반고에서 느낀 점과 같다. 일반고에 진학하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경우일 뿐이고, 다른 형태의 학교들마다 한계와 이점이 모두 존재한다. <D-Day>는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행동보단 지친 학생들의 모습과 한국의 교육과정에 대한 막연한 문제 제기로 채워져 있다. 자기 연민에 빠진 전달 방식이 과연 설득력 있는지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다만 작품 제작 연도와 무관하게 많은 청소년들의 작품에서 대학 입시 문제가 다뤄진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나는 이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보며 피로감을 느꼈다. 쳇바퀴 돌 듯 지겹게 반복되는 대학 입시 문제에 무뎌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가 계속 다뤄지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 나의 영역을 떠난 문제라 여긴 것을 반성한다. (장병준 기획위원)

오은지, <Don’t Touch My Privacy!>, 2014년, 5

이 영화 속 주변인들은 감독에게 시종일관 ‘고3다움’을 강요한다. ‘고3이니깐... 좀...’ 이라고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대학’이라거나 ‘미래’라는 것과 연결된다. 아무도 감독에게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감독의 ‘지금 이 순간’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지나쳐’, ‘과해’ 같은 단어들로 감독의 ‘지금의 행복’을 가로막고 선다. 그리고 질문한다. ‘너 고3이야. 대학은?’ 감독이 고3이라는 것은 감독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감독의 행복을 가로막아 설 권리는 없다. (명소희 전문위원)

백채린, <어디가>, 2014년, 16분

영화 <어디가>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 부설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영화 속 학생들이 일반계 고등학교가 아닌, 국제 과정에 진학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서, 자신의 꿈이 한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길 바라서, 외국 대학교가 가고 싶어서, 커리큘럼이 자유로워서… 누군가의 간섭이 아닌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온 학교이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활동, 예술활동 등 다채로운 비교과 활동 또한 잘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뚜렷한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 또한 자신이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열정과 의지를 영화 속에서 더욱 표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넓은 시야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홍지희 기획위원)

손종은, <10대 그리고 외모>, 2015년, 9분

손종은 감독의 <10대 그리고 외모>는 세 가지 이유로 파워풀하다고 느꼈다. 하나는 오프닝 씬이 방대한 시간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등교를 앞두고 화장한다고 꾸짖는 엄마의 잔소리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압축해 재현한다. 마치 '지금쯤이면 늘 그랬듯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편 그의 영화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쇼트를 할애하기도 한다. 여기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내레이션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화장에 특별한 이유나 합리화의 근거는 필요하지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구성한다. 그러나 동시에 오프닝 씬과 거의 동일한 장면을 영화 마지막에 배치하고 '다이어트'라는 텍스트를 삽입하며 여성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꾸밈노동에 대한 이중의 압력을 드러낸다. (임종우 기획위원)

박효정, <To 그대에게 편진>, 2015년, 9분

카카오톡 화면과 손편지의 대비로 영화가 시작된다. 감독의 부모님은 십 대 때 전화와 편지로 연애를 시작했다.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이 좋았단다. 이에 비해 십 대인 감독과 친구들은 편하고 빠른 스마트폰부터 경험한 세대이다. 감독은 부모님에게 연애 시절의 감정을 살려 서로에게 다시 편지를 쓰게 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핀다. 영화는 손편지와 스마트폰 어느 것이 더 낫다는 가치평가를 하지 않는다. 세월이 지나 의사소통 수단이 달라졌을 뿐, 그에 담긴 감정은 그대로라고 얘기한다. 주인공의 부모님들도 이젠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이로 인해 그들의 사랑이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닌 진정성이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 생기는 추억이라는 걸 되짚어주는 영화다. (김성은 시민위원)

박승희, <검은 프레임>, 2016년, 7분

주인공은 영화인을 꿈꾸는 고등학생이다. 학생이지만 고등학교 생활이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자퇴를 희망한다. 자신이 자퇴를 희망하는 것을 주위에 알리고 의견을 물어보고, 그것을 듣는 식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자퇴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의견 마찰을 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의도는 영화 속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같은 학년 친구들과 선, 후배들 그리고 먼저 자퇴를 경험한 친구들, 주변 인물들 모두 주인공의 자퇴를 반대한다. 주인공의 의견을 존중하며 반대하기도 하지만, 때론 정신 나간 소리로 칭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간 인터뷰 도중 친구가 자퇴는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라고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고등학교를 3년 동안 다니면서 3년 내내 좋은 경우는 거의 드물 것이고, 다들 각자의 이유로 자퇴를 고민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경우, 자퇴를 결정한다면 그것은 학생의 문제일까? 아니면 학교의 문제일까? 오히려 자퇴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학교는 좋은 곳이고 자퇴는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흑백논리의 시선이 학생들을 학교에 묶어놓는 원인이 된 게 아닐까. (이태희 시민위원)

박시영, <태극기에 대하여 경례>, 2016년, 7분

이 영화는 국민의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여 당연시 되는 것들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국민의례의 의문으로 시작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을 가볍게 생각해 보게 하고 다음으로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대학교 진학에 대한 의문 등 더 깊은 내용으로 함께 확장해 나아갈 수 있게 하였다. 인터뷰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당연하다”였다. “당연하다”라는 말은 논리적이지 않지만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는 힘을 가진다. 이에 대한 의심조차 반항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환경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현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교육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거기서 끝난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이건욱 시민위원)

임표정, <아비앙또>, 2016년, 8분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한 개인의 영화이다. 프랑스를 여행했던 기억으로 시작하여 처음 프랑스를 결심한 순간, 그리고 유학을 가기 위해 프랑스어를 준비하는 과정이 나온다. 중간 중간 유학의 어려움과 걱정을 친구들의 인터뷰 통해 보여주었지만 유학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불안감이 있어도 꼭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위해 또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유학을 가는 이유가 궁금해졌고 왜 굳이 프랑스인지 설득 당하지 못하였다. 영상을 끝까지 다 보고도 그 의문이 명쾌히 풀리지 않았다. 영상의 거의 끝부분에 학교를 다니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시작으로 학교 선후배 간의 문제의식을 나타낸다. 분명히 프랑스로 유학에는 오랜 고민과 힘든 결정이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유학을 가야만 하는 이유’로는 관객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유학을 가야 했던 사건이나 이유를 중점적으로 풀어내면 어땠을까 하며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욱 시민위원)

정이든, <그를 아십니까>, 2016년, 10분

우리는 길 위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마주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을 지나친다. 감독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고 공감하려 한다. 심지어 ‘도를 아십니까.’로 알려진 포교활동가와도 대화를 나눈다. 감독은 그들의 난해한 말을 끝까지 들어주더니 서로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기까지 이른다. 또 다른 길 위의 사람들은 처음 만난 감독에게 푸념을 쏟고 자랑도 한다. 이들은 왜 포교활동가와 달리 어떠한 요구도 없이 그냥 지나쳐도 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까. 혹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일까. 이들의 모습은 사회적 무관심 속 살아가는 고립된 장년, 노년층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 비해 마을 공동체의 결속력과 연결성이 약해진 요즘, 대부분은 이웃과도 교류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니 개인적으로 본 마을미디어 프로젝트의 본질적인 목적을 되새길 수 있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작품 속 감독의 태도는 요즘 들어 더욱 위험하게 느껴진다. (장병준 기획위원)

조하린, <My Dear>, 2016년, 6분

유기된 고양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족! 작품 속의 등장인물인 주인공과 언니는 몰래 두 달 동안 버려진 고양이를 기르게 된다. 고양이 양육을 반대하는 어머니,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시켜 고양이를 가족으로 탄생시킨다. 고양이를 통해 가족의 존재, 그리고 그 소중함을 재확인한다. 이런 과정은 작품 안에서 관계가 무엇인지 시작과 마무리가 어떤 맥락인지 살펴봐야 한다. 슬픈 이야기지만 고양이 수명은 사람보다 짧다. 나중에 찾아올 고양이를 떠나보내 때 가족이 무엇인지, 소중함이 무엇인지, 시작과 끝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의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양이를 집 안에 갇혀 놓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양이 입장에서 고양이의 행복은 무엇인지, 역지사지, 입장 바꿔서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김기봉 기획위원)

최승민, <덕덕덕>, 2016년, 7분

다른 이야기이지만, 얼마 전 업무 때문에 정재은 감독의 <태풍태양>을 보았다. 그리고 최승민 감독의 <덕덕덕>을 다시 만났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서브컬처, 하위문화를 저급한 것이라며 멸시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음을 전제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 한국 청소년의 세계의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한다면, 전자와 달리 후자에서는 청소년을 둘러싼 삶의 조건이 여가를 '결코'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 <덕덕덕>은 이에 대한 견제 혹은 대항의 제스처로 읽힌다. 내용적 측면을 보면 저항의 방식이 소극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전면화하는 최승민 감독의 후속작 <탕자>를 생각하면 <덕덕덕> 또한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임종우 기획위원)

박지민, <Dear LUNA>, 2017년, 9분

영화 <Dear LUNA>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왜 행복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공부의 연속이지만, 주인공은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듯하다. 힘들고 불행하게 느껴지더라도 행복이란 무엇인지, 왜 행복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주인공은 영화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정의내린다. 주인공은 어느덧 시험이 끝나고, 쉬지 않고 다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무리 지금 자신의 처지가 불행하고 힘들다고 느껴져도 이를 포기하게 된다면 자신의 미래가 더욱 힘들 것을 알기에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당장 이 모든 것들을 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미래는 이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으며 영화를 마무리한다. (홍지희 기획위원)

최진영, <yolo>, 2017년, 8분

<yolo>는 꿈, 진로, 직업에 관한 작품이다. 청소년 작품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꿈, 진로 하면 직업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꿈꾸는 것, 성인이 되어서도 평생 고민하는 자락이다. 부모님, 어른들의 영향일 듯하다. 꿈, 진로, 직업에 대해 조바심을 내는 현실, 그것에 강요받는 상황들 그러다 보니 입시, 진학과 취업과 마주하는 듯하다. 초. 중. 고. 대학교육을 거치는 과정에서 먹고사는 문제, 일자리의 문제가 우선시 되는 현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대학을 못 가도 걱정, 취업을 못해도 걱정, 걱정과 실패의 두려움이 우리 청소년들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드는 듯하다. 자기 주도적 성장과 변화는 입바른 소리가 되는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걱정과 힘겨움은 그 시기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패, 시행착오는 좋은 경험으로 활용되어 축적되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낸다. 우리가, 우리 사회가 실패와 시행착오에 너그러운 사회가 되어 그다음에 청소년들에게 질문했으면 좋겠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라고. (김기봉 기획위원)

최승민, <탕자>, 2017년, 11분

나는 이 영화의 이름이 왜 탕자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엔 학교에 흥미는 없지만 착실하게 다니는 학생의 모습이었고, 어머님께서 ‘순종’이란 단어를 언급하시는 것으로 어림짐작했다. 하지만 이어서 나오는 영상들도 탕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자신이 계획한 대로 실행하고, 본분인 공부에도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초반부에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 자퇴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머님은 그것이 ‘순종하지 못해서’라고 하시고, 자퇴를 ‘반항이나 순종하지 못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하시지만, 오히려 영상을 볼수록 자퇴를 반대하고 주인공의 ‘순종’을 바라신다. 결국 주인공은 어머님께 순종한다. 하나님께 순종하고, 어머님께 순종하고, 학교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과연 이 주인공은 탕자인가? 어머님께서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주인공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자퇴를 결정하자 탕자 취급을 받는다. 학교는 청소년기에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고, 진로탐색에 도움이 되며 학습능력을 키우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자퇴한다고 해서 나쁜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자퇴는 과연 반항이었을까? 감독은 자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부모님에 대한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 점을 꼬집고 싶었던 것 같다. (이태희 시민위원)

정수인, <Q에 대하여>, 2018년, 7분

가끔 장난치지만 한 대 때리고 싶은 친구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이고 다를 것 없는 내 친구라며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고 그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안기며 이 영화는 시작된다. 직접적인 언급은 등장하지 않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성 정체성을 다룬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인터뷰 장면 중간에 퀴어 페스티벌 영상이 나온다. 하지만 퀴어 페스티벌에 초점을 두지 않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 집단의 집회에 초점을 두는 듯하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인터뷰로 소수 성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나온다. 이런 장면 배치에서 감독의 의도는 소수 성 정체성을 가지는 사람에 대한 반감 인식을 강조를 통한 비판이라고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나에게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회인은 소수 성 정체성의 사회가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인터뷰 중간에 종교 집회의 플랜 카드를 보면 입에 담긴 힘든 심한 문구들이 있다. 분명 소수 성 정체성의 반감 인식을 강조하여 비판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이러한 강조에 상처 받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부분은 아쉬웠다. 하지만 종교라는 한 집단 내에서 성 정체성 이슈에 대해 한 쪽의 의견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보여줘 원색적인 비판이 아닌 앞으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희망적인 부분을 보여준다. (이건욱 시민위원)

송세현, <XXKg>, 2018년, 11분

<XXkg>은 연출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몸무게, 다이어트, 지나친 마음가짐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질환이 펼쳐질 때 나타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주인공을, 연출자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회, 외모 지상주의의 허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 자신감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떠올려 보게 한다. 작품 말미에 몸무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노라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작품에서 연출자 자신의 극복 의지와 작품에 드러나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비슷한 고민을 갖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성찰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 지를 감독의 시선을 통해 살포시 확인하는 시간으로 이 작품을 통해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다. (김기봉 기획위원)

김해은, <비타민인생>, 2018년, 13분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은 집안의 막내다. 감독은 가족 간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보려 늘 노력하고, 부모님께 인정도 받는다. 하지만 감독의 언니는 주인공의 노력을 거부하고 삐딱한 태도로 일관한다. 감독은 언니와의 갈등 상황에서 바로 좌절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통해 언니의 일상을 파고든다. 동생을 무시하던 언니도 점차 내면에 있던 얘기들을 풀어내고, 동생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영화는 '고유한 나'와 '가족 속의 나'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나와 실제의 나는 다른 사람일까? 감독은 ‘밝고 사랑스러운 나’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그 역할에 충실했다.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한 나와 고유한 나로서의 감독은 얼마나 다를까? 언니는 오히려 노력하는 동생 때문에 소외감을 느꼈고, 동생 때문에 고유한 자신이 변하는 게 싫다 했다. 언니에게 감독의 노력은 오히려 독이었을 수도 있다. 감독은 갈등의 실체를 알게 되고도 그저 덤덤하게 언니를 따라간다. 어찌 보면 내면의 바닥까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자극적인 것 없이 그저 진지하고 담백하다. 영화 이후 자매의 관계와 감독의 자아 고민이 어디까지 해결되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의 자아가 전보다 더 단단해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김성은 시민위원)

권해리, <황금시계 속 C와 E>, 2018년, 9분

영화 <황금시계 위의 C와 E>는 시간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순간의 선택이나 자신에게 중요했던 선택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그 선택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혹은 이 선택이 후회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아이들, 학생들, 성인의 시선에서 보여준다. 각각의 선택 이유들은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후회로 남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사는 동안 늘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에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길이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예측하고 상상할 수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는 자신이 내렸던 수많은 선택들이 현재 자신을 만들었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내일의 자신을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막을 내린다. (홍지희 기획위원)

강채연, <참 잘했어요>, 2019년, 11분

이 영화는 자꾸 친구들에게 학교생활과 학업에 대해 물어본다. 자신의 주장을 자신이 전달하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현재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닌 학생 전체의 생각임을 강조하여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일반적인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 특성화고에서의 학생들의 현 교육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안학교는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새롭게 고안한 학교이다. 이렇게 해결책으로만 보였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는 모습을 통해 더욱 역설적이고 강하게 현재 공교육을 비판하고 있다. 매체에서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비판할 때 대부분 서울의 학원가나 경쟁이 심한 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가 많다. 하지만 강채연 감독의 <참 잘했어요>는 이 패러다임과 다른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건욱 시민위원)

김해은, <¹®±úÁü½ºÆ®>, 2019년, 14분

낮은 목소리로 “엄마의 삶을 닮아야 할까.”라고 말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그 깊고, 차분한 그 목소리의 말들을 곱씹게 되는 영화.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엄마와 닮은 나의 삶’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던데...’라는 말을 경기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면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지금 경험하는 이 시간을 분명 나의 엄마도 경험했으리라. 왜 여성들의 삶은 늘 되풀이되어 물려지는 것일까. 이 영화는 그런 우리의 현실을 찬찬히 고민하게 한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복잡한 고민과 마음을 늘 뒤로 미뤄두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발 내딛는다. (명소희 전문위원)